‘Familiar, But Unfamiliar’
김지선 | 2017.04.13 ~ 04.27
작가 노트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은 여행 마치고 돌아와 머릿속에 남아있는 여행지의 인상과 기억, 이미지 등의 채집된 소스들을 이용해 ‘익숙하지만 낯선 자연공간’을 재구성하려고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기억과 인상을 통해 변형된 소스들을 각각 풍경 속에서 추상적인 요소로 변환시키려고 합니다. 동시에, 그 변환시킨 추상적인 요소와 상반되는 사실적으로 표현된 풍경적인 요소를 한 캔버스 안에 대립시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한 화면 속에 추상적인 요소와 사실적으로 표현된 풍경적인 요소의 공존으로 인해 한 번에 인지 가능한 형태들에서 벗어나있는 표면은 결코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캔버스 안으로의 진입을 방해하며, 그 막막함에 부딪힌 사람들에게서 호기심을 발동케 합니다. 그로 인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에 대한 복합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고, 그 본성의 작용으로 사람들 스스로 즐거움에 이르게 하는 게 저의 그림의 목표입니다. 추상과/풍경과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장르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기의 과정에서 제가 집중하는 부분은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그 안에서 허락되는 표현적인 자유의 폭을 최대한 넓히고 구체화 시키려고 합니다.
– 일상
저의 작업이 시작되는 최초의 발화점은 일상의 경험이었습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일상의 탈피로 시작된 저의 작업은 대자연의 풍경을 그려내려고 합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삶에 대한 욕구와 기대, 좌절의 경험은 삶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극복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행길에 마주한 대자연을 개인적인 경험, 인상 그리고 상상을 통해 재구성하려고 합니다.
– 관찰자 시점
장소를 경험하는 모습은 내부자로써 온몸으로 대상을 대하기 보다 철저하게 한걸음 물러난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봅니다.
또한 알지 못함을 억지로 드러내려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따라서 제가 만들어낸 공간은 재현에서 멀어짐으로 이질적인 광경처럼 보이려고 합니다. 살을 맞대고 부딪쳐 싸우는 것이 아닌 일상에 대한 회피에서 비롯된 작업은 실제에서 멀어져 허구의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 표현 과정
사각프레임 속 이미지는 공허함을 넘어선 고요한 침묵을 느끼게 합니다. ‘겹치고 지우기’라는 반복되는 표현 과정이 더해졌기 때문에, 구체적 대상이 지워진 공간은 현실에는 없는 곳 같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을 통해, ‘낯설지만 익숙한 공간’을 재구성하려고 합니다.
– 제작 과정과 온도
미술의 표현 장르 중 붓으로 캔버스 위에 직접 표현하는 페인팅은 분명 뜨거운 행위입니다. 그에 반해 오늘날의 디지털 프린팅은 사진기라는 중간 매체를 거치고 컴퓨터 작업을 통해 제작됩니다. 시작점에서는 직접 찍은 이미지,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계획을 합니다. 하지만, 캔버스 위에 작업할 때에는 오로지 저의 기억, 감정, 그리고 상상력에 집중합니다.
이런 제작하는 과정 안에서 복합적인 매체의 성질과 온도, 그리고 소재로부터 비롯된 각 장소에서 풍기는 공기의 기운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캔버스 화면에 공간과 장소의 힘을 빌어 이미지화 하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조형의 주 요소는 시각적 색채입니다. 대기의 온도라는 촉각적 감각을 색이라는 조형언어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유구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대자연의 시간만큼 저는 안료와 물감을 지속적으로 칠하고 덮어내면서 회화의 표면을 단단히 만들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