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Shadows
Yvonne Boag | 2019.6.12 – 6.26
Extreme Shadows
현존과 각성-이본 보그의 풍경들
윤 진 섭(미술평론가)
이번에 UM갤러리에서 발표하게 될 이본 보그의 작품들은 얼마 전 시드니에서 아들레이드까지 먼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겪으면서 접한 호주의 풍광을 그린 것들이다. 이본 보그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그다지 강렬하지 않은 색채와 선, 점, 면들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들은 남들 앞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내적 관조를 즐기는 편인 그녀의 성격을 잘 대변해 준다. 사실 화가가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말이 필요 없다. 인간의 언어 체계와는 다른 세계 속에 거주하는 사물들과 대화를 하는데 인간의 말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본 보그의 이번 발표작들은 여행 중에 만난 사물들이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걸어오고 화가 자신은 이들에게 어떤 응답을 했는가 하는 점에 대한 답안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들은 가령, 어느 날 여행 중에 맞닥뜨린 사막 특유의 강렬한 태양과 사물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주는 ‘현존(presence)’에 관한 기록들이다. 집, 산, 나무, 구름, 태양, 새, 다리, 풀, 모래 언덕, 마을 등등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본 보그는 순간적 인상을 빠른 필치로 담아낸 드로잉을 저본삼아 이번 작품들을 완성했다.
이번 발표작들의 특징이라면 그동안 이본 보그가 자신의 그림에서 즐겨 다루어 온 인물상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인간은 배제되었는가? 그녀의 작품에 대해 익숙한 관객들은 이번 출품작들을 보면서 한번 쯤 이러한 질문을 해볼 법 하다. 그 이유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녀의 관심이 인간에서 다시 풍경으로 환원된 것이라고 가정해 볼 수도 있다. 풍경 즉 자연은 인간을 품에 안은 모태로서 다시 그녀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잡게 된 것은 아닐까? 타자를 의식 속에서 배제하는 가운데 강렬한 자신의 자아(ego)에 대한 각성이 일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물의 존재를 통해 강렬한 자신의 현존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닌가? 물론 그러한 계기를 만든 것은 작년에 한 시드니에서 아들레이드까지 이르는 긴 여정이었다. 여행 중에 이루어진 사물들과의 조우, 그리고 그것을 포근히 감싸 안은 호주 특유의 사막이 주는 풍광들! 이들이 있었기에 이번 출품작들이 탄생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유성물감 특유의 기름기가 많고 찐득한 분위기가 아닌, 약간 푸석푸석하고 건조한 느낌을 지닌 아크릴 물감 특유의 질감과 약간 흐린 중성색 튼의 색채는 삭막한 사막의 풍광을 잘 건달해 준다. 때로는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이는 호주의 사막처럼 막막한 분위기는 반전을 이루기도 하는데, 마을의 집들, 풀, 다리, 나무, 구름과 같은 사물들이 모여 꾸며내는 화면은 마치 한 폭의 오아시스 사진처럼 청량해 보인다. 사물을 단순화해 거의 추상에 가까운 특유의 스타일은 이제 이본 보그의 조형언어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이본 보그의 그림을 보는 것은 곧 낯선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Extreme Shadows
Presence and Awakening – Landscapes of Yvonne Boag
Yoon Jin Sup (Art Critic)
Yvonne Boag’s works, exhibited at UM Gallery, are pictures of Australia’s scenery as she traveled from Sydney to Adelaide on a long journey by car, It is composed of simple, but not intense colors, lines, dots, and shapes unique to Yvonne Boag.
These works are representative of her character, one that enjoys inner contemplation rather than others. In fact, there is no need for the artist to talk to things. It is because human speech is useless in conversation with objects that reside in a world different from the human language system. Therefore, Yvonne Boag’s presentations should be an answer to “the things that I met while traveling” and what the answerer himself answered. They are, for example, records of “presence” given by the intense suns of the desert and the dark shadows of things encountered during the trip. Recalling memories of houses, mountains, trees, clouds, suns, birds, legs, pools, dunes, villages, etc., Yvonne Boag completed these works from her sketches.
One of the features of these works is that Yvonne Boag has removed the figures normally associated with her paintings. Why are humans excluded? Audiences who are familiar with her work will be able to ask these questions once in a while. The reason may be a coincidence, but one might assume that her interest has been reduced from figure to landscape again. Is not the landscape, nature, as a mother-in-law of a human being, deeply embedded in her consciousness? Is not the awakening of the intense self of ego starting to be divergent in excluding the other from consciousness? So, is not it the opportunity to realize the presence of intense ones through the existence of things? Of course, it was a long journey from Sydney to Adelaide last year, many encounters with the things made while traveling, and the scenic beauty of Australia’s distinctive desert with its warmth! Because they were there, these entries could have been born.
The texture of acrylic paints with a slightly flimsy and dry feel, rather than a greasy and tacky atmosphere typical of oil-based paints, and slightly cloudy neutral color tones make the scene of the deserted desert crooked. Sometimes, like the desert in Australia, where the roads are endless, the vast atmosphere is reversed, but the images of village houses, pools, bridges, trees, and clouds are as gentle as oasis photographs. By simplifying things, a style almost unique to the abstract has now firmly established itself as Yvonne Boag’s formative language.
Seeing Yvonne Boag’s painting is also a conversation with strange th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