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거울 uneasy mirror
김영균 | 2009.06.24-07.24
UM젊은작가 기획공모展
유엠갤러리 : 2009. 06. 24 ~ 07. 04
무심갤러리 : 2009. 07. 15 ~ 07. 24
출발 ● 1995년의 겨울, 시애틀의 어느 벼룩시장에서 나는 우연히 한 광대인형을 만났다. 그 작은 인형이 그 때 분명히 울고 있었다고 기억하는 까닭은, 검은 십자가 모양의 눈 화장을 한 그의 얼굴에 조그맣게 눈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 지금, 나는 그 인형을 내게 투영한다. /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광대가 스스로의 구원을 위해 눈물을 흘리듯이, 사회의 부속품으로 소멸되어야 할 개인은 그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 끝에 왜곡되고 굴절된 모습으로 스스로를 표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의 소모품과 사회의 주체라는 이율배반적 존재로 살아가는 개인의 치열한 내적갈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치유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작업의 목표인 셈이다. / 수동적인 관절인형으로 표현된 주인공은 앞서 말한 것처럼 현대인의 굴절된 자아 및 사회에 대한 개인의 환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사회가 원하는 부속품으로의 개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 전자의 측면에서 해석을 하자면 이것을 상반된 감정의 대립으로 인한 이미지의 파괴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때 관절인형은 사회의 강박작용(현실)을 벗어나려는 개인의 의지가 자기부정의 형태로 왜곡되어 표현된 자화상(환영) 이며, 작가 이단에 의하면, 그것은 디스토피아적 유토피아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자의 시선으로 볼 때 “관절인형의 적극적인 동세”는 사회가 요구하는 꼭두각시 관절인형으로가 아닌, 자아를 가진 인격체로 살아가기 위한 몸짓이라고 하겠다. 인간을 닮았지만 인격체가 아닌 상품으로만 존재하는 관절인형이야말로 현대의 우리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관절인형이 온 몸으로 뿜어내는 하얀 별들의 의미도 비로소 간단히 읽어낼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성 회복의 열망이며 하찮은 존재에서 생생한 감정의 주체로 그를 전이시키는 매개체이다. / 주체하지 못할 만큼 많은 별을 품고 있는 그의 가슴은 이미 뛰고 있다. / 꿈을 꾸는 그대에게 박수를.
김영균_Dream, memory… and a doll_디지털 프린트_102×102cm_2009
김영균_Bystander, illusion, witness_디지털 프린트_125×125cm_2009
진화 ● 김윤정(창동스튜디오 프로그램매니저)에 의하면, 예전보다 다양하고 정교하게 디지털 이미지를 물성화하여 합치고 나누고 다듬어가는 최근의 작업방식은 김영균이 조각가의 위치에 조금 더 근접해가는 진화의 과정이다. 그는 이어서, 이번 전시가 전작을 통해 신이 되고 싶었던 바로 그 인물들의 심리적 좌절과 인형으로의 전락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는 개인의 내면에 신(능동적 인물)과 관절인형(피동적 인물)이 동시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 따지고 보면 2008년의 K씨는 신이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한 K씨가 지난 일 년 동안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일까. 그는 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도 생각할 수도 없는 관절인형으로 스스로를 인지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아직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인형의 형상도 신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그가 만들어내는 또 한 가지 환영일 뿐이며 그것은 실존하지 않으나 실재보다 더욱 실질적으로 그를 억누르는 악몽과도 같다. ● 혹자는 내부에서 빠져나오는 별이 오히려 그를 껍데기만 남은 존재로 각인시킨다고도 한다. 물론 그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첫 번째 개념과 마찬가지로, 주체성 없는 소모품으로 그를 더욱 부각시키는 또 하나의 해석이니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꼭 붙이고 싶다. 아무리 거대시스템 속의 부속품과 같은 삶을 강요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끈질기게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 존재여야만 한다.
김영균_Conversation_디지털 프린트_125×102cm_2009
김영균_Zero puncher_디지털 프린트_135×102cm_2009
하모니 VS 캐코포니 ● 흔히 나의 작업에는 매우 고전적인 포즈와 빛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어쩌면 오랫동안 제도권 속에서 아카데믹한 수업을 받아온 나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시각으로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같은 이미지가 숨어있다. ●나는 매우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작업하지는 않는다. 그때 그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아이디어를 재빨리 스케치북에 옮긴 채 즉흥적으로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편이다. 이것은 머리 속의 이미지를 가장 정확하게 옮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십여년동안 나는 작업의도를 위한 길고 긴 고민이나 혹은 가장 발전적인 형태가 나올 때까지 수많은 드로잉을 하는 정통적인 아이디어 스케치 과정이야말로 정작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희미하고 느슨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왔다. 드로잉이란 것이 그 자체로 온당한 가치를 갖는 작업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특정작업을 위한 도구로서의 아이디어스케치는 지양하고 싶다. ● 「불안한 거울」이라는 타이틀로 만들어내는 이번 작업에서는 전체적인 구도나 무거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동물모자가 자주 등장한다. 너무나도 가벼워 보이는 이것들이 어떤 이유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포즈와 연결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질성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 자신이다. 방독면만큼이나 동물모자는 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소도구이며 유년기로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어져온 모자에 대한 집착의 역사 중 일부다. 나의 모습은 대체로 불완전하며, 나의 소품들은 종종 굉장한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나의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다가 내가 카메라를 드는 순간 기존의 일상으로부터 프레임 속으로 뛰어 들어와서 또 하나의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 매우 평면적이고 기호적 특성을 갖는 오각형 별 역시 그로테스크한 인물형상과 딱 떨어지는 궁합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십년도 더 전에 그 광대인형의 얼굴에 새겨진 한 방울의 눈물을 보았을 때, 또한 그 눈물의 의미를 희망으로 정의하였을 때, 그것을 반드시 작업으로 재탄생시키겠노라고 마음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뒤늦게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구현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서 예전에 보았던 광대의 눈물이 은유적으로 드러나기를 바란다. 그때 비로소 별이라는 존재는 정신을 상징하는 공감각적 입체물로 환원될 수가 있다.
김영균_A knight of the night_디지털 프린트_76×125cm_2009
그리고 남은 이야기 ●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나와 원래 지하 작업실로 돌아온 다음 날, 작업실에 들어와 보니 하필이면 쌓아 둔 작업들 쪽에서 비가 새더라. 화들짝 놀란 나머지 초인적인 힘으로 큰 작업부터 어렵사리 맞은편 안전지대에 옮기고 나니 저절로 나오는 건 한숨 뿐. 고임목 때문에 별 이상은 없었지만 여름장마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 오랜만에 왔다고, 화끈하게 신고식을 선사해 준 나의 작업실… / 나 역시 화끈하게 계약파기한 채 뒤도 안돌아보고 나와버렸지. / 그랬더니 말할 수 없이 절실해지더군. / 비 안새는 일층의 작업실이. / 언젠가 아늑한 내 꿈의 작업실을 구하고 나서, 당신이 다시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다면 / 나는 그만 신이 나서 그동안 쌓아둔 또 다른 이야기보따리를 풀지도 몰라. / 기다려봐 조금만. / 조금이면 돼. ■ 김영균
김영균 ( 1977~)
1977년 서울 출생
1995년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200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7기 입주작가
전시
2005년 기획초대전 √2 :결혼을 한다는 것 (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
2008년 초대전 Dialog in between (우석홀갤러리, 서울대학교)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선정, 1회 개인전 평범남K씨, 신이 되다 (덕원갤러리, 서울)
2008년 초대전 몸을 해석하다 (더컬럼스 갤러리 기획, 서울)
2009년 초대전 Two color wish (갤러리 반디, 서울)
2009년 초대전 The new body object (갤러리H, 서울)
2009년 기획전 쾌락원칙 (문화일보갤러리, 서울)
2009년 창동스튜디오 단기작가 삼인전 (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2009년 UM 젊은작가 공모 선정, 2회 개인전 (UM갤러리, 서울)
2009년 초대전 현대미술로써의 사진 (두산갤러리 : 7월 예정, 서울)
2009년 초대전 2009 SIPA 사진판화 아트페어 (한가람미술관 : 9월 예정, 서울)